용서받지 못한 자 리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용서받지 못한 자' 봤어요 윤종빈 감독의 군 생활을 그린 데뷔작과 동명이지만 원조는 이 작품이에요. 동명의 제목으로 주목을 받으려는 얄팍한 시도(?)가 간혹 보이는데, 윤 감독을 욕할 생각은 아니지만 아무튼 제목만 쓰는 건 좀 화가 나네요.(웃음)

영화의 개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설정을 들자면, 전체적인 커튼으로 기능하는 영웅서사의 모티브를 삭제한 데 있을 겁니다. 주인공 윌리엄 빌머니가 과거의 죄과를 잊지 못했다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창녀들의 소식을 들었을 때 나름대로의 사명감으로 무장한 그는 동료(?)들의 모험에 나옵니다. 모건 프리먼을 포함한 세 사람은 여행이라는 공간 이동을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영웅 서사 밖에서 안으로 들어온 것과 같습니다.

영웅서사라는 장막은 서사의 안팎을 구분하고 다양한 현혹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해줍니다. 이런 현혹에 속은 사람들은 서사 속에 들어가지 않는 한 자신들이 들은 것을 굳게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용서받지 못한 자'는 서사장 밖의 인물을 서사장 안으로 들여보내는 이야기예요. 뿐만 아니라 관객들까지 그 공간 안으로 안내됩니다. 그리고 그 인물들은 자신들이 들은 것과 본 것의 차이를 깨닫게 되죠.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자신이 창조에 참여한 '웨스턴 서사'의 오해를 일축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쾌감 넘치는 총전이 좋은 전쟁의 이미지를 만들어 냈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이겠죠. 그런 연출적인 거짓말을 없애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의 향후 영화가 최소한의 인물과 소품으로 장식되는 것도 괜한 오해를 줄이려는 노력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영화 엔딩에서 딸의 어머니가 왜 그 남자와 결혼했는지 몰랐다는 말은 최대한 진실을 알려주는 노력이었다고 생각해요. 즉, 누군가의 설명으로 '듣다' 또는 '읽다'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파된 것으로는 두 연인의 진실을 알 수 없는 것입니다. 대신 두 사람을 눈으로 관찰했다면 그게 더 오해를 줄이고 진실에 가까웠을 겁니다. 그래서 그들의 속마음을 설명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결론을 내지 못하고 '알 수 없었다'고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만큼 영화는 간접전파에 대한 경각심을 낮추지 않고 있습니다. 소문이 19세기 거라면 20, 21세기에는 대중매체 그리고 영화도 빼놓을 수 없죠 가짜 뉴스가 판치는 한국 사회에서도 취재는 전혀 하지 않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오늘의 리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