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내 파트너는 어디 있을까 누군가는 인연을 찾아 휴대전화를 가질지도 모른다. 과거에는 부모나 친척을 통해 애인을 찾았지만 요즘은 온라인 데이트 웹사이트 또는 모바일 데이트 앱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매칭 기술'을 활용한다고 하지만, 딱 맞는 사람과는 만날 수 없다. 자책할 필요가 없다. 어쩌면 매칭 서비스의 딜레마가 당신과 (어딘가에 있는) 당신의 파트너를 가로막고 있는지도 모른다. ☞HBR 원문 열람, 현대판 중매쟁이? 온라인 데이팅 플랫폼이 등장하는 컴퓨터를 이용한 짝찾기는 1959년부터 시작됐다. 1990년대 중반 온라인 데이트사이트가 처음 등장한 이래 결혼정보 및 온라인 데이트 산업은 미국에서 25억달러 규모의 산업이 됐다. 현재 미국 커플의 약 25%가 인터넷에서 파트너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왼쪽) 틴더 앱 출처 IT 동아, (오른쪽) 어맨더 앱 출처 어맨더 홈페이지, 대표적으로는 세계 최대의 온라인 데이팅 앱인 틴더(Tinder)가 있다. 틴더는 지난해에만 전 세계에서 9000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렸다. 유료 회원 수는 410만 명에 이른다. 국내에서도 데이트 앱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서비스되는 모바일 데이팅 앱 수는 170개이며 이 중 상위 20개 앱의 매출은 지난해 1천억원으로 추산된다. 국내 소셜데이터 앱 시장은 올해 2천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실제 업계 1위인 어맨다(아무나 만나지 않음)는 누적 가입자 수 400만 명 이상을 확보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은 66억원에 이른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최초의 데이터 웹사이트는 사용자가 자유롭게 회원을 검색하고 연락할 수 있는 단순한 플랫폼으로 운영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매칭 기술'을 중요한 고객 가치로 내세우는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데이트 웹사이트 eharmony의 경우 29개 차원의 호환성에 근거해 가장 어울리는 싱글을 잇는 과학적 접근법을 사용한다고 주장한다. 온라인 데이팅 앱의 OK Cupid 또한 엄청난 수학 연산으로 사람들을 보다 빠르게 연결해 준다고 단언한다. 그들의 궁극적인 기술은 정말 애타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기술혁신 딜레마: 파트너를 찾으면 고객이 도망가는 미국 피츠버그대 커츠경영대학원 마케팅 조교수인 우웨(Yue Wu), 인시아드 마케팅 교수인 패디 패드먼 냅한(V. Paddy' Padmanabhan)과 매칭된 기업체 교수인 카이다.
연구 결과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적합한 상대를 발견하면 즉시 사이트 가입을 해지하는 등 서비스 이용을 중단했고 이는 회사의 수익과 현금 흐름에 타격을 줬다. 현대 매칭 비즈니스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윤 극대화를 위해 매칭 기술 혁신에 주력해야 하는가, 아니면 노력을 포기해야 하는가. 물론 매칭 플랫폼은 유저가 초기에 유입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해야 한다. 그러나, 다른 연구자들은 매칭 알고리즘의 효과가 자주 플랫폼이 주장하는 것만큼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출처 pixabay 이러한 문제는 매칭 사이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회사 수익이 가입 회원 이용료에 달린 취업 사이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업계 최고회사의 한 임원은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기술이 너무 뛰어나다는 것이다. 소규모 고용주들은 적절한 직원을 빨리 찾아 가입 해지율이 매우 높다며 기업 성장을 위해 필요한 영업 인력에 대한 비용 압박 때문에 효과가 떨어지는 매칭 기술을 소규모로 시험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분명히 말하지만 커플 매칭 기업이 일부러 사업에 더 부적절한 기술을 사용한다고 얘기하는 건 아니다. 산업에 내재하는 딜레마는 다른 많은 산업군에서 중개업을 영위하는 기업 예를 들어 고객을 공급업자와 연결하는 B2B 구매 사이트에도 배울 점을 주기 때문에 살펴볼 만하다. 연구진의 이론은 매칭 플랫폼을 넘어 소비자의 목표 달성을 돕고, 그 목표가 달성되면 쉽게 사용이 중단되는 제품 혹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종류의 산업에 적용 가능하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의 일례로 최근 다국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생명공학 기업이 치료제 개발에 투자해야 하는지를 분석하는 문제에서 같은 딜레마를 발견했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한꺼번에 치료되는 약을 시장에 내놓으면 환자와 사회에 막대한 가치를 가져다주지만 지속적인 현금흐름을 찾는 회사에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유저가 어느 정도의 매칭율을 바라고 있는지는 모르는 연구자가 실시한 게임이론의 분석에 의하면, 매칭 비즈니스의 딜레마가 깊어져 매칭 플랫폼 기업의 기술 혁신을 저해하는 요인은 크게 2개 있다.
첫 번째는 이용자 커뮤니티가 커질수록 좋은 파트너를 찾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회사 입장에서는 매칭 효과를 떨어뜨려 파트너를 찾지 못하는 고객이 많을수록 더 큰 이용자 커뮤니티를 가질 수 있다. 고객이탈률이 낮아지면 잠재고객 수가 증가하고 이후 가입하는 모든 이용자의 경험 개선에 도움이 된다. 즉 일찍 가입한 고객들은 성능이 떨어지는 매칭 알고리즘 때문에 애를 먹겠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이런 낙후된 기술이 긍정적인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의 둘째는 고객이 어느 정도의 인내심을 갖고 매칭 서비스를 이용할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이 7년간의 결혼 생활을 끝낸 수지라고 하는 이용자가 있다고 해 보자. 수지는 데이트를 다시 시작하고 싶지만, 서둘러 새로운 지인을 찾고 싶지 않다. 매달 적은 이용료를 내고 선택의 문을 열어 새로운 만남을 갖는 것에 만족한다. 또 다른 이용자인 아비 씨는 긴 해외파견 근무를 마치고 얼마 전 귀국했다. 그는 일련의 덧없는 연애 끝에 많은 대학 동창생처럼 가정을 꾸리고 안정적으로 정착하기를 갈망한다.
진짜 중요하고 어려운 질문은 이거야 시장에 수지 같은 사람이 더 많을까, 아버지 같은 사람이 더 많을까? 수지는 더 나은 매칭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그런 기술에는 지갑을 열지 않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어떤 유형의 사용자가 많은지 알기 어렵고, 이러한 고객심리에 대한 불확실성은 기업들이 기술혁신을 주저하게 만든다.고객은 사랑을 찾고, 회사는 돈을 버는 윈윈 전략이 없을까.매칭 플랫폼 회사가 고객에게 진정한 사랑과 최상의 매칭 기술을 전하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먼저 이 사업의 전략적 딜레마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칭 플랫폼 회사가 기술 혁신에 힘을 쓰는 요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경쟁이다. 매칭 플랫폼 간의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 서비스 이용료가 낮아지고 회사의 이익은 줄어든다. 개별 이용자의 금전적 가치가 하락하면 회사는 안정적 수입원이 되어 주는 '캐시 카우' 고객군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사라진다. 이때 더 뛰어난 기술이 경쟁우위의 원천으로 떠오르면 반대로 시장경쟁이 없으면 회사는 이용료를 올릴 수 있는 힘이 커져 소중한 고객이 너무 빨리 파트너가 돼 플랫폼을 떠나지 않을까 망설이게 된다. 고객의 요구가 감소하면 효과가 떨어지는 매칭 기술이 회사와 고객 간의 관계를 더 오래 유지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의 둘째는 수익모델을 월 이용료 기반에서 회사가 파트너 찾기에 성공한 이용자에게 요금을 청구하는 수수료(커미션) 기반으로 바꾸는 것이다. 수수료 기준 모델은 회사와 고객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실제로 헤드헌팅 업계와 셀렉티브서치(Search), 제니스 스핀델의 진지한 소개팅(Janis Spindels Serious Matchmaking) 등 매칭 사이트는 이미 이런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온라인 데이트 웹사이트나 모바일 데이트 앱은 거래(만남)가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이런 수수료 기반 모델을 실행하기는 어렵다.
(왼쪽) 출처 제니스 스핀델의 진지한 미팅 페이스북(오른쪽)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수수료 기반 모델이 비현실적이면 회사가 더 긴 이용기간을 보장하기 위해 선금을 받는 방법도 있다. 선금을 통해 고객의 발목을 잡아두면 회사는 고객 이탈에 대한 걱정을 줄이고 기술 혁신에 주력할 수 있다. 상당한 이용료를 선납해야 하는 사용자도 가장 뛰어난 매칭 기술을 적용한 회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운명의 짝을 찾는 일에 열심인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출처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HBR 2019년 3-4월호 필자 우웨, V. '패디' 파드만납하역 허윤정 에디팅 조영주
우 웨이(Yue Wu)는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커츠경영대학원 마케팅 조교수다. V. '패디' 패드맨납한(V. 'Paddy' Padmanabhan)은 인시아드의 마케팅 교수이자 이머징마켓연구소의 학술 디렉터다.인터비즈 김아현, 박은애 정리 inter-biz@naver.com